[전설의 고향] 우리 같이 홀려 볼까요? '구미호' 캐릭터의 기원

2016-05-24 14:35
[전설의 고향] 우리 같이 홀려 볼까요? '구미호' 캐릭터의 기원

다양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이 캐릭터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던가 '얘랑 얘는 좀 비슷한데?'하는 생각해본 적 많으시죠? 이 캐릭터들은 서로 베낀(?) 게 아니라 콘셉트가 겹치거나 모티브가 겹친 경우가 많습니다.

해서, 이런 게임 속 같은 콘셉트의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그려지고 배경 설화나 전설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전설의 고향'의 다섯 번째 시간에는 '구미호' 캐릭터들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구미호, 한중일 어디가 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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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상상도

'구미호'(九尾狐)는 9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로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을 홀려 간을 빼먹는 악한 요괴로 알려져 있는데요. 본래는 신기하고 영묘한 동물이란 설이 많습니다.

중국의 구미호는 표독하고 간사한 여성상을 상징하며, 대부분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고대소설 '봉신연의'에 등장하는 중국 4대 요부 중 한 명인 '달기'의 영향이 큰데요. 중국도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존재로민 여겨졌던 것만은 아닙니다.

민간에서는 '호선'(狐仙)을 재신(財神)인 '오대선(五大仙)'의 하나로 숭배했고 구미호가 나타나면 상서로운 일이 일어난다고 여기기도 했죠.

일본의 구미호도 중국과 비슷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요. 미인으로 둔갑해 당대의 권력자를 홀리는 여우 요괴로 주로 등장합니다. 본래는 여우지만 아홉 개로 갈라진 꼬리와 황금색의 아름다운 털을 갖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지요.

이렇게 한중일 삼국에 모두 동일한 모습을 한 요괴에 대한 설화가 있기에 어디가 시초인지에 대해 말이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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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원사화

한국에서의 구미호에 대한 최초 기록은 단군조선 시대 당시를 기록한 '규원사화'에서 나타나는데요. 기원전 2240년 부류 임금 통치 당시 구미호가 나타났다고 적고 있습니다.

중국의 봉신연의는 기원전 1046년에 주나라 무왕에게 주왕이 죽음을 당했다는 것을 기록해 한국의 것보다 이후로 보이는데요. 일본의 구미호 전설은 중국의 달기가 일본으로 넘어온 것으로 하고 있어 그보다 더 뒤로 예상 가능합니다. 시기상 한국, 중국, 일본 순으로 구미호 전설이 등장해, 따지자면 한국이 구미호 전설의 시초라고 할 수도 있죠.

다만 현재 확인 가능한 기록이 그렇다는 것이라 그 이전부터 내려온 민간 설화와 구전 등이 있기에 어디가 원조냐는 물음은 지난한 일로 여겨집니다. 구미호는 동아시아에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설화인 것이죠.

◆설화 속의 구미호, 수천년을 수행하는 영물

꼬리 아홉 달린 여우, 구미호는 신통한 능력을 지녔다고 여겨지는 상상의 동물인데요. 꼭 아홉 개의 꼬리를 지닌 여우만이 아니라 천년 묵은 여우나 초자연적인 능력을 지닌 여우의 정령 등을 포괄적으로 지칭합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한중일 삼국의 구미호에 대한 이야기는 약간씩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중국의 구전에 따르면 천년을 묵은 여우는 꼬리가 아홉이 달린 황금빛 구미호로 둔갑하게 되고, 이 구미호는 매우 영특해 선도(신선이 되는 길, 또는 그 수행을 뜻합니다)를 터득할 수 있고 선도를 터득하면 천계로 올라가 옥황상제(도교의 신)나 서왕모(옥황상제의 아내, 선녀들을 지배하는 여제)를 모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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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출처: 환상동물사전)

중국에서는 구미호가 절세미녀로 변신해 한 지역이나 크게는 국가의 장을 타락시켜 결국 망하게 하는 이야기가 흔한데요. 대표적인 이야기는 명나라 때의 소설인 '봉신연의'가 있습니다. 이 소설에는 중국 고대 은나라의 마지막 왕인 주왕의 비 달기가 바로 여자로 둔갑한 구미호로 묘사되어 있죠.

주왕은 폭군의 대명사로 그려지는데요. 그는 백성들에게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고 정사를 멀리하며 주지육림에서 주색으로 날밤을 지새우고 충신들을 내치는 등 국정을 문란하게 해 백성들을 도탄에 빠트린 인물인데, 그 원인이 유소씨의 나라에서 바친 천하의 미색이며 요부인 달기에게 정신을 빼앗겼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달기가 이 같은 일을 꾀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었는데요. 주왕이 인간의 창조신인 여와를 모욕해 이에 분노한 여와가 구미호에게 은나라를 멸망시키면 구미호의 신분에서 신선으로 승급시켜 주기로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은나라는 주나라의 무왕에게 국가가 멸망당했고 주왕과 달기는 잡혀 처형되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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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백면금모구미호

일본의 구미호는 우선 중국의 이야기를 이어받았다는 신기한 설정을 가지고 있는데요. 에도 시대의 동화책인 '회본삼국요부전'에는 구미호의 변신인 은나라의 달기가 무왕에게 잡혀 죽은 것이 아니라 몰래 은신하고 있다가 수백년이 흐른 후 주나라의 12대 천자인 유왕을 유혹해 다시 나라를 멸망의 길로 이끌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유왕을 미혹시켜 실정을 거듭하게 한 '포사'가 달기의 또다른 변신이라는 것이죠. 일본의 구미호 전설은 나름 스케일도 큰데요. 이렇게 다시 한번 한 나라를 메마르게 한 구미호는 인도를 거쳐 일본으로 건너가 도바 천황을 유혹하다가 음양사들에 의해 퇴치 당해 살생석이라는 바위로 변했다고 합니다.

한국의 구미호는 중국과 일본의 구미호 이야기에 비하면 애교스러운 점이 많은데요. 국내 설화의 대부분이 귀신을 지혜로 물리치거나 권선징악을 강조내며 원한을 정으로 잊는 등의 공통점이 있죠.

한국의 전설에서 여인으로 변신해 사람들을 홀리고 잡아먹는 무서운 존재로 묘사되지만, 일방적으로, 이유 없이 해를 끼치는 요물이 아니라 인간이 되고 싶은 강한 소망을 품고 있고 인간을 좋아해 사람으로 하여금 연민을 품게하는 괴물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사람의 간 100개를 먹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다거나 인간 남성과 결혼해 100일 동안 정체를 들키지 않고 지내면 인간이 된다는 등의 이야기가 많죠. 하지만 구미호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놓인 주인공들은 자신이 과거에 구해주었거나 도와준 동물이나 귀신의 도움을 받아 구미호를 물리치고 위기에서 벗어나곤 합니다.

혹은 100일을 하루 남기고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남성의 어리석은 행동 때문에 구미호는 다시는 인간이 되지 못하게 되지만 그간의 정 때문에 보복하지 않고 물러나거나 도리어 남편하게 당하는 등의 내용이 많죠.

여우 구슬에 대한 설화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여우 구슬은 여우가 몇 백년 수행해 얻은 성과로 이를 자유자재로 다루거나 이를 통해 사람의 혼을 빼어 먹는다고 전해집니다.

여우에게 홀려 구슬 놀이를 하다 혼을 빼았기던 소년이 훈장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여우의 구슬을 빼았아 삼켜버리자 처녀로 변한 여우가 재주를 3번 넘은 후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죽은 뒤에 보니 꼬리가 아홉 달린 여우였다는 것이죠.

이렇게 여우는 구슬을 잃어버리거나 구슬이 깨지면 구슬과 함께 죽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역사 속 인물 중에 여우의 구슬을 빼앗아 먹고 훌륭한 학자가 됐다는 설이 전해내려오는 인물들이 있는데요. 바로 정철, 이황, 송시열 등의 위인들입니다.

◆다양한 작품에서의 구미호

이렇게 입체적인 개성을 가진 캐릭터이다보니 구미호는 선과 악을 모두 지닌 존재로 다양하게 묘사되고 있는데요. 특히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에서 좋은 소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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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씨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죠. 내 연기 참 나무토막 같네

정우성씨의 데뷔작인 동시에 박헌수 감독의 데뷔작인 1994년작 영화 '구미호'에서는 한국영화 최초로 CG 몰핑기법을 시도해 고소영씨의 얼굴이 서서히 구미호로 변하는 CG가 등장했죠. 아름다운 여성이 사실 구미호였지만 그간의 정과 정우성씨의 잘생김으로 인해 주인공 대신 희생하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방송을 종료한 납량특집 시리즈이자 이 코너의 제목인 '전설의고향'에서도 구미호는 단골 소재로 등장했죠. 매 리뉴얼마다 이번 구미호는 어떤 배우가 맡을지가 큰 화제였습니다. 워낙 매력적인 캐릭터이기에 여배우들의 성공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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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의 고전 방송극 '전설의 고향' 무려 1977년 첫 회가 방송됐다.

구미호를 다시 이용자들의 뇌리에 깊게 각인시킨 매체는 역시 만화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유유백서와 나루토에 등장하는 두 '쿠라마'가 그 주인공입니다. 유유백서의 쿠라마는 마계에서 악명높은 여우요괴로 출세를 위해 마계를 버리고 인간계로 손을 뻗다 임신 중인 여성의 태아에 깃들어, 인간과 융합해 반인반요가 된 아름다운 남성으로 등장하는데요.

마계에서는 잔혹하고 비겁한 행동도 일삼았으나 인간과 융합 후 부모의 사랑을 받아 성격이 부드러워졌죠. 여우답게 머리가 좋아 전략에 능한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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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라마와 쿠라마

나루토에 등장하는 '구미' 쿠라마는 9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인데요. 여러 미수 중 가장 강력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죠. 상당히 거만하고 난폭한 성격으로 스스로를 증오의 덩어리라 부르며 호시탐탐 인주력인 나루토를 집어삼키려 하지만 결국 나루토와 협력해 합체기를 선보입니다.

구미호를 소재로한 동일한 쿠라마라는 캐릭터가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등장하는게 의아하기도 한데요. 두 작가가 실제로 친분이 있는 만큼 나루토가 유유백서의 패러디라는 설도 있습니다.

◆게임 속에서도 매력적인 구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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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의 '세븐나이츠'에서 구미호로 등장하는 '유리'는 화염의 사막에서 천년을 지내다 따분함에 지쳐 주인공들의여행에 따라나서는데요. 본인의 수련을 위해서라지만 주인공 '에반'에게 사심을 품은게 더 커보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세븐나이츠' 글로벌 버전에서는 여주인공인 '카린'보다도 대사가 많다는 점이죠. 인기도 꽤 많습니다.

패시브 스킬은 '여우의 매력'으로 상대를 매혹시키는 구미호의 특성을 잘 나타냈는데요. 패시브 자체가 상대 방어를 감소시키니 만큼 나름 유니크한 스킬입니다. 다만 사황 '에이스'의 것과 동일하고 효과는 낮기에 많이 쓰이는 편은 아니지요.

구미호 이야기를 하며 '리그오브레전드'에 등장하는 '아리'를 빼놓을 수 없죠. '아리'는 한국 서버 론칭 기념으로 출시된 챔피언인데요. 성우도 굉장히 유명한 이용신 성우가 맡아 화제가 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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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퀄리티의 디자인에 유명 성우, 거기에 탁월한 성능이 더해져 굉장히 많은 팬을 가진 챔피언이 됐는데요. 국내 걸그룹을 모티브로 삼은 '팝스타 아리' 스킨도 굉장히 인기가 많죠. '아리' 출시 이후 많은 게임에서 다시 구미호가 등장하는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출시 전 아리의 이름을 짓는 이용자 투표가 진행됐는데요. 다른 후보로 나비, 다솜, 단비, 루리, 초롱 등의 후보가 있었습니다. 이 중 아리가 37%로 1위를 차지해 현재의 이름이 됐고, 비가 32%로 2위를 차지했죠.

라이엇게임즈는 아리의 판매를 기념해 일정 기간동안 아리의 판매 수익을 기부하기로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실제로 라이엇게임즈는 5억 원에 달하는 기부금을 쾌척했죠.

여담으로 국내 버전의 아리의 피격 음성 및 사망 대사가 굉장히 요염해 크게 인기를 끌기도 했는데요. 아리의 한국어 음성을 접한 해외 이용자들이 북미 클라이언트에서 한국 아리 음성을 차용할 수 없냐는 의견을 내놓을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