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고향] 이상하고 아름다운…'도깨비' 나라

2016-05-31 11:13
다양한 게임을 즐기다 보면 '이 캐릭터는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던가 '얘랑 얘는 좀 비슷한데?'하는 생각해본 적 많으시죠? 이 캐릭터들은 서로 베낀(?)게 아니라 콘셉트가 겹치거나 모티브가 겹친 경우가 많습니다.

해서, 이런 게임 속 같은 콘셉트의 캐릭터들이 왜 그렇게 그려지고 배경 설화나 전설이 어떤 것인지를 알아보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전설의 고향'의 여섯 번째 시간에는 '도깨비' 캐릭터의 기원을 알아보겠습니다.

◆도깨비, 어떻게 생긴 줄 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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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많은 유치원에서 불리는 동요인데요. 이 동요에 따르면 도깨비는 호피로 만든 팬티만 걸치고 냄새나고 더러우며 몇 쳔년을 사는 존재로 보입니다.

보통 떠올리는 도깨비의 모습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텐데요. 도깨비하면 더벅 머리를 하고 뿔이 나 있으며 손에는 방망이를 들고 누더기를 걸친 모습을 주로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이 모습은 사실 한국의 도깨비가 아닌데요. 그럼 한국 도깨비의 참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 도깨비는요. 착하구요. 막 생겼어요

도깨비가 등장하는 동화를 떠올리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이 '혹부리 영감'일 텐데요. 이 동화에 등장하는 뿔이 있고 누더기를 걸쳤으며 가시 돋힌 방망이를 휘두르는 도깨비들은 사실 우리 도깨비가 아니라 일본의 오니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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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입사 쇠몽둥이(출처: 국립고궁박물관)

동화 자체가 일본에서 전래된 이야기이기 때문인데요. '혹부리 영감' 속 도깨비는 완벽한 오니의 모습입니다. 1개나 2개의 뿔에 가시 돋힌 방망이를 휘두르며 폭력적인 성격을 지닌 오니인 것이죠. 오니의 방망이는 일본의 무기인 '테츠보'(?棒, 쇠몽둥이)에서 기원한 것으로 생산의 상징인 우리 도깨비 방망이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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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가 한국 도깨비의 설명인데요. 일본 '오니'(おに), 중국 '귀매'(鬼魅)와는 차이점이 있죠. 성격이나 그 특성에서도 이들과 현격한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도깨비는 인간과 친근한 존재란 점에서 외국의 몬스터, 요괴와는 크게 차별되는 점이죠.

한국 도깨비는 때로 심술궂기도 하지만 정겹고 해학적인 면이 강한데요. 전체적으로 악의가 없는 존재로 자연물이나 사물이 변하여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점은 사람이 죽어서 변하는 중국의 귀매와도 분명하게 구별되는 점입니다.

외형적인 면에서도 도깨비는 '뿔이 있다, 외눈이다, 외다리다' 등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로 표현되지 않는데요. 성격과 이야기 내용에 따라 형상이 변하는데다 비롯한 사물의 본 모양과 유사한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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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채널e(출처: EBS)

◆도깨비=돗+가비?

민속 학자들은 도깨비를 '돗'과 '가비'(애비)의 합성어로 보고 있는데요. 돗은 '불'(火)이나 '씨앗'의 의미로 풍요를 상징하는 단어이고 '아비'는 '장물애비', '처용아비' 등의 단어의 뜻처럼 아버지 즉 성인 남자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돗가비-도ㅅ가비-도까비-도깨비'로 변화됐다는 것인데요. 그 외에도 잡귀를 뜻하는 '오도깨비'에서 비롯 됬다는 설, 이해할 수 없는 형상을 뜻하는 형용사에서 왔다는 설 등이 있죠.

지방에서는 사투리로 토째비(경북 월성), 돛재비(경남 거창), 도채비(제주도 전남 신안) 등이 있고, 돗가비, 독갑이, 도각귀, 귀것, 망량, 영감, 물참봉, 김서방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서해안에는 주로 선착장 주변에 살면서 어민들을 도와주는 도깨비참봉, 또는 물참봉이라 불리는 도깨비들이 있다고도 하는데요. 제주도에는 집안을 지켜주거나 물고기를 몰아다주는 도깨비영감이 있다고 하니 도깨비들도 참 이곳 저곳에서 많이 살고 있네요.

◆신라시대에 태어난 도깨비

도깨비의 직접적인 기원은 신라의 '비형랑 설화'와 '방이 설화'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원시적인 귀신 숭배에 의해서 만들어졌지만 이후에는 문명과 풍요의 신이 되어 숭배되는 복합적인 존재로 도깨비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도깨비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데요. 무엇이든 만들어 내는 도깨비 방망이와 쓴 사람을 투명하게 만드는 도깨비 감투 설화가 대표적이죠.

'삼국유사' 진평왕조에는 비형이라는 도깨비 두목이 하룻밤 사이에 신원사 도량에 큰 다리를 놓아 귀교(鬼橋)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비형랑 설화'가 나옵니다. 경북 청송군 부남면 화장동에 가면 실제로 `도깨비다리'가 있다고 하는데요.

'장자마리'처럼 지방의 토착신으로 마을의 풍요를 담당하기도 합니다. 괴력으로 지붕 위에 소를 올려두거나 물건을 원격으로 조종해 어지럽히거나 놀래키고, 솥보다 큰 뚜껑을 솥안에 넣어 밥을 못 해먹게 골리는 등 엄청난 능력으로 소소한 장난만을 일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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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차가 장식된 기둥

이렇게 초능력을 가지고 있던 도깨비는 중세에 들어서면서 중국의 이매망량, 불교의 야차가 결합해 잡귀신의 위치로 내려 앉게 됩니다. 공포와 폭력을 상징하는 야차는 한국에 들어와 '두억시니'(頭抑神)가 되고 잡귀인 오도깨비가 숭배하는 귀신의 왕으로 전승됐죠. 두억시니의 등장으로 이를 도깨비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참 착한 녀석들인데 말이죠.

◆알면 알 수록 착한 도깨비

도깨비의 성격은 귀신과는 달리 매우 인간적인데요. 씨름과 먹고 마시며,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굉장히 좋아합니다. 기본적으로 예쁜 여자를 좋아하고요.(난데?)

또 힘이 장사이고, 신통력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부자로 만들어주거나 못된 인간을 망하게 하기도 하죠. 이렇게 대단한 신통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우직하고 소박해 곧잘 인간의 꾀에 넘어가기도 합니다.

사람의 간교함에 복수를 하려다 잘 되게 도와주는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데요. 일단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 결코 해치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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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을 하자고 조르며 집에 가질 못하게 한다

도깨비는 음식 중에서 메밀로 만든 묵과 수수팥떡, 막걸리를 가장 좋아하는데요. 정말 인간적인 것이 예쁜 신부를 얻은 신랑을 시기, 질투하기도 하고 따돌림을 당하면 화도 냅니다. 체면을 중시해 아픈 속을 아닌척 하기도 하는데요.

그런 도깨비도 약점은 있으니 바로 말피인데요. 얼마나 무서워하면 피와 비슷한 색인 붉은 팥으로 죽을 쒀 놓아두면 피인줄 알고 도망치기도 합니다.

◆여러 모습의 우리나라 도깨비들

하나의 정형화된 이미지로 표현되지 않는 한국의 도깨비이기에 여러 모습의 도깨비들이 전해지는데요. 거의 하나의 종족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다양한 모습들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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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도깨비 (출처: 네오그라프)

우선 '각시도깨비'는 요염한 눈빛을 가진 20대 초반 정도의 여자 도깨비인데요. 주로 밤길에 나타나서 술 취한 남자를 유혹해 곤경에 빠뜨립니다. '각시도깨비'에 홀리면 며칠 동안 행방불명이 되었다가 다리 밑이나 개울가, 혹은 덤불 숲에서 헛소리를 하는 모습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홀린 사람은 '각시도깨비' 집에서 함께 살림을 차려 놓고 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도깨비의 홀리는 성격을 잘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셈을 못하는 동네 노총각과 살림을 차려 박수를 치면 쌀이 튀어나오는 보자기를 줘 먹고 사는게 걱정이 없게 해주고는, 총각이 마을 주막 주인에게 이를 뺐기자 때려라라고 말하면 말한 사람을 마구 치는 다듬이 방망이를 줘 권선징악을 하는 의외의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도깨비 캐릭터로 많이 알려진 것이 바로 외눈과 외다리가 특징인 '외눈도깨비'일 텐데요. '외눈도깨비'는 눈이 하나라는 외형적인 특성 외에도 먹성이 좋은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먹성이 좋은 것은 도깨비의 공통적인 특징이지만 특히 '외눈도깨비'에게서 더욱 강조되는데요. 모습에서도 입과 배가 크게 강조되는 모습으로 전승되고 있습니다. 메밀묵이나 시루떡뿐만 아니라 밤새도록 볶은 콩을 얻어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입니다.

외눈 도깨비 외에 '외다리도깨비'도 유명한데요. 일반적으로 씨름을 좋아하는 도깨비 중에서도 '외다리도깨비'는 거의 마니아 수준이죠. 다리가 하나이기 때문에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오히려 더 이기기 어려운 것으로 그려지는데요.

필승 포인트는 왼쪽으로 넘어 뜨리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이길 수 있고 오른쪽으로 아무리 밀어봤자 나무를 미는 듯 미동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전해져내려오고 있죠.

한국 귀신에 달걀 귀신이 있듯이 '달걀도깨비'도 있는데요. 도깨비는 귀신과는 다른 존재이지만 이야기가 전승되는 과정에서 서로 이미지가 중첩돼 생겨났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달걀도깨비는 발랄하면서도 장난기가 많은 성격으로 묘사되는데요. 데굴데굴 굴러다니면서 끊임없이 사람들에게 재잘대며 말을 걸어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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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도깨비 (출처: 네오그라프)

이런 도깨비들 중에서도 유달리 이질적인 도깨비가 있는데요. 바로 '낮도깨비'입니다. 도깨비 자체가 밤에 속하는 속성을 지녔음에도 낮에 나타나는 도깨비인데요.

낮이라고 해도 곧 비가 내릴 것 같은 잔뜩 흐린 날씨나 아니면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을 때에나 나타나지만, 푸근하게 생긴 다른 도깨비들과는 달리 시커멓고 무섭게 생겼다는 외형적인 특징이 강합니다. 이렇게 부정적인 측면이 강해 "저런 낮도깨비 같은 놈"이라고 하면 체면 없이 마구 행동하는 사람을 비유적하는 말로 쓰이고 있죠.

도깨비를 이야기하며 '도깨비불' 혹은 '불도깨비'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밤길을 지나가는데 파란 불꽃이 갑자기 나타나서 이리저리 움직이기도 하고, 하나에서 여럿으로, 여럿에서 다시 하나로 합쳐졌다 분리하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죠.

이 도깨비불은 대체로 사람의 뼈나 오래된 나무에서 나오는 인을 원인으로 보는데요. 인 화합물은 공기 중에서 쉽게 자연발화 되기에 가능한 현상입니다. 액체로 된 인화수소는 보통 온도에서도 저절로 불이 붙는데, 시체나 식물이 썩어 생긴 메탄, 인화수소가 자연 발화에 이를 오인했다는 것이죠.

이 외에도 '정전기현상'이나 '빛의 이상굴절에 의한 신기루 현상'으로 도깨비불을 설명하기도 하지만 아직 명확하게 입증된 바는 없습니다.

◆게임 속에서 등장하는 도깨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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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과 도깨비

'라그나로크온라인'에서는 호롱이라는 몬스터가 페이욘 던전에서 등장하는데요. 화속성에 높은 방어력을 가졌지만 느린 이동 속도로 인해 고정 데미지를 입힐 수 있는 궁수들의 좋은 잡 레벨업 먹잇감이 됐죠.

또한 도깨비도 등장하는데요. 큰 덩치를 지녔다는 국내 도깨비와는 달리 작은 몸집에 외뿔 그리고 가시 돋힌 방망이까지 들고 있어 오니가 아니냐는 말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몬스터 속성도 악마형이었는데요. 제니(게임 재화)를 소모해 공격하는 스킬 '매머나이트'를 사용하는데다 황금과 대장장이의 망치를 드랍해 '일본 오니여도 도깨비 방망이는 국산'이라는 우스갯 소리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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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세트

'월드오브워크래프트'에서는 가죽 아이템으로 '도깨비'(Dokebi) 세트가 있습니다. 초반에 잠깐 스쳐가는 22~30레벨의 세트 아이템이라 기억하지 못하는 이용자도 많지만 나름 풀세트 아이템인데요. 아무래도 블리자드의 한국 팬 서비스인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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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온라인'에서는 도깨비가 고수 동굴에서 던전 내 몬스터로 등장하는데요. 플레이어에게 씨름하자는 대사를 치기도 해 한국 도깨비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험상궂은 생김새에 뿔, 가시 돋힌 방망이가 일본 오니와 너무 유사해 아쉽네요.

'로스트사가'에서는 불도깨비가 등장하는데요. 불을 뿜어 상대를 공격합니다. 무기로 쓰는 방망이에 가시가 돋혀 있어서 일본 오니와 햇갈린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운영진이 직접 "강한 이미지를 주기 위해 부여했다"고 해명해 헷갈린 것은 아니라는 결론이 나기도 했습니다.

다분히 한국적인 캐릭터지만 일본과 중국에 유사한 전설이 있다는 게 지난 시간에 다뤘던 구미호와 비슷하기도 한데요. 그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이기에 앞으로도 많은 게임에서 도깨비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심정선 기자 (narim@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