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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석] 빠른 속도로 변화 중인 인도네시아

이원희 기자

2018-04-12 18:58

[기자석] 빠른 속도로 변화 중인 인도네시아
한 마디로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기자는 현재 데일리게임 창간 10주년 기획 취재를 위해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를 돌아다니고 있는데요. 동선과 일정 상의 이유로 인도네시아를 첫 방문 국가로 정했지만 사실 취재 대상 국가 중에서 가장 비중을 낮게 두고 출발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 중에서 일인당 국민 소득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편이기도 하고, 시장과 관련한 데이터도 가장 적었던 터라 기사거리를 건지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인도네시아를 만나보니 그 어느 국가보다 뜨거운 변화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저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잠재력이 큰 시장 정도로 치부하기엔 지금의 인도네시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물론 좋은 쪽으로 말이죠.

인도네시아는 분명 여러 부분에서 부족한 것이 많은 나라입니다. 교통, 통신을 비롯한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자카르타의 교통 체증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극심하고 인터넷 속도는 한국의 10년 전과 비교해도 느릴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일에는 누구보다 빠릅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고젝'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일 것입니다. '고젝'은 '우버'나 '그랩'과 같은 개인 소유 차량으로 택시 영업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어플리케이션인데요. 차량뿐만 아니라 오토바이에도 적용돼 있습니다. 교통 체증이 극심한 자카르타에서는 고젝을 통해 오토바이 기사를 불러 원하는 장소로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 이동하려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고젝은 '우버'나 '그랩'과 달리 단순히 교통수단 연결 서비스에 머물지 않고 사업을 확장했습니다. 고젝을 통해 배달음식 주문부터 청소, 마사지, 택배, 영화 티켓 예매, 공과금 납부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고젝은 비록 '우버'나 '그랩'에 비해 후발 서비스였지만 인도네시아 실정에 맞는 발빠른 대응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됐으며, 이제는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에 두고 있습니다.

게임 시장에서도 인도네시아 특유의 빠른 문화 흡수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전반적인 이용자들의 PC 사양이나 모바일 디바이스 수준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도 어느 정도는 그렇고요.

하지만 고작 17인치 LCD 모니터에 몇 세대는 지난 CPU가 평균인 시장에서 한국에서도 초고사양 게임으로 분류되는 '배틀그라운드'의 인기가 급속도로 올라가고 있다고 합니다. 작은 규모의 와루넷('층'이라는 뜻의 인도네시아어 '와루(waru)'와 인터넷의 합성어, PC방을 일컬음)에도 가장 잘 보이는 자리는 '배틀그라운드'를 비롯한 최신 게임 구동에서 손색이 없는 사양이 자리하고 있고, 가정에 고사양 PC를 마련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이폰X나 갤럭시S9 등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e스포츠 분야에서도 인도네시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을 준비하고 있는 MD미디어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e스포츠 방송 노하우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자체적으로 게임을 개발할 능력도 없고 상대적으로 낙후된 통신 인프라 아래서도 대회 영상의 고해상도 실시간 중계를 무리 없이 해내고 있었던 것이죠. 이런 능력을 인정 받아 중국의 알리스포츠와 스트리밍 관련 협업을 진행하기도 했답니다.

5월이면 인도네시아에 최신식의 e스포츠 전용 경기장이 문을 엽니다. 8월에는 사상 최초로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 경기가 열릴 예정입니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카르타에 MRT가 건설되는 등 인프라 투자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데요. 아시안게임 이후 인도네시아가 얼마나 빠른 속도로 변할지 짐작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게임과 e스포츠 산업 또한 빠르게 성장할 것은 자명합니다.

아쉬운 건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게임 업체들의 활약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PC 온라인게임 시절 인도네시아에서 히트작을 지속적으로 내놓던 한국 업체들은 모바일 시장에서는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넷마블 외에는 구글이나 애플 매출 상위권에서 한국산 게임을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글로벌 흥행 개발사들의 탄탄한 입지와 중국 업체들의 물량 공세 사이에서 한국산 모바일게임은 특별한 매력이 없다고 느끼는 것일까요.

2억5000만 명을 훌쩍 넘는 인구를 보유해 항상 잠재력을 인정받아온 인도네시아. 비록 출발은 늦었을지 몰라도 빠른 속도로 좋은 것을 흡수하며 몰라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내년 이맘때쯤 인도네시아가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 것인지 진심으로 궁금합니다.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이원희 기자

cleanr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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