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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 10주년 인터뷰] 이재홍 교수 "게임에서 중요한 건 스토리, '와우'가 입증"

오경택 기자

2018-07-03 18:45

전자공학을 시작으로 국어국문학, 종합문화연구학, 국어국문학, 스토리텔링에서 2개의 석사와 박사, 박사 수료. 숭실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재홍 교수의 학력입니다. 어찌 보면 게임과는 전혀 관련 없는 학문을 연구한 그는 사단법인 한국게임학회에서 회장직을 수행하기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이라고 하면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프로그래밍을 다루는 사람들이 다수입니다. 하지만 이재홍 교수는 게임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경력으로 게임과 관련 있는 유명 인사가 됐습니다. 이재홍 교수는 지난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대통령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직능본부 컴퓨터게임산업발전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받으며 게임업계에서 이름을 널리 알렸는데요.
[창간 10주년 인터뷰] 이재홍 교수 "게임에서 중요한 건 스토리, '와우'가 입증"

데일리게임에서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게임업계에서 저명한 이재홍 교수를 만나기 위해 그의 교수실을 찾았습니다. 스토리를 수없이 강조한 이 교수는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토리'라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MMORPG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를 언급하며 '스토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이재홍 교수가 게임을 선택한 이유와 계기, 거듭 강조하는 스토리텔링,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게임업계에서 해야 할 것 등 게임에 관한 현상황과 문제점에 관한 이야기를 데일리게임에서 전달합니다.

◆ 공학도의 길을 택했지만 포기 못한 문학의 꿈

현재 게임 스토리텔링 분야에서 제자들을 육성하고 있는 이재홍 교수의 어릴 적 꿈은 소설가였습니다. 학창시절 문학도로 꿈을 키웠지만 가난한 집의 장손으로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책임감에 소설가의 꿈을 접어야만 했습니다. 결국 그는 숭실대학교 전자전기학과에 입학하며 공학도의 길을 걷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교수는 가슴 한구석에 간직해 둔 문학의 꿈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에서 강단에 서게 됩니다. 문학에 대한 갈증 때문에 결국 선생이라는 직업을 그만두고 숭실대 국어국문과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일본 유학을 선택합니다.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문학의 길을 걷기 위해 그는 동경대학교에서 무려 10년이라는 시간동안 학업에 매진합니다.

◆ 일본 유학에서 만난 첫 게임 '슈퍼마리오'

[창간 10주년 인터뷰] 이재홍 교수 "게임에서 중요한 건 스토리, '와우'가 입증"

게임과의 첫 인연은 일본 유학중에 시작됩니다. 이재홍 교수는 동경대 유학 시절 매일 공부만 하다가 콘텐츠에 우연히 관심이 생겼기 때문인데요. 1990년 당시 일본에는 애니메이션과 게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는데,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게 됐고 공주를 구하기위해 ‘슈퍼마리오’게임을 밤 새 플레이했습니다.

그는 애니메이션의 대가 미야자키 하야오와 '아톰'의 데즈카 오사무를 만난고, 이후 콘텐츠에 대한 그의 열망은 더욱 커졌습니다. 결국 동양의 문화를 공부하면서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까지 공부하게 됐습니다.

◆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 분야 개척 다짐

일본에서 박사를 수료한 이재홍 교수는 귀국을 택합니다. 이재홍 교수는 1996년 전문대학 교수로 부임해 영상 문예창작과를 만들어 디지털 시대를 대비했습니다. 문예창작과로 디지털 시대를 대비한 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결국 밀레니엄 직전에 학교를 그만두고 게임 쪽으로 방향을 우회했습니다.

"당시 게임 쪽은 공학적인 베이스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인문 예술 쪽에서 전혀 접근할 수 없었다"라며 "하지만 게임에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 분야를 개척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하며 게임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이유를 발혔습니다.

게임으로 방향을 다잡은 이재홍 교수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밀레니엄이 시작되자 마자, 강남에 3년제 게임학원에 게임 시나리오 학과를 만들었습니다. 막상 학과를 만들었지만 게임에 대한 다양한 지식이 부족했기에, 그가 선택한 방법은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하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을 모르니 게임을 해야만 했다. 밤을 지새우면서 중독자처럼 게임을 했었다"며 "덕분에 사람들이 게임에 중독됐다는 눈치를 주곤 했다"며 웃지못할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학원이 경제적인 이유로 문을 닫자 이재홍 교수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자신을 믿고 따라준 제자들을 외면할 수 없었던 그는 서강대학교에서 4개 학과를 만들고 평생 교육원에서 학점은행을 활용해 4년제 과정을 만드는데 성공합니다.

이렇게 5년이 지나자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다시금 한계를 느낀 이재홍 교수는 나머지 인생, 제대로 된 길을 걷기 위해 스토리텔링을 다시 공부하는 것을 택했고. 결국 그의 다짐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스토리텔링 쪽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되는 업적을 세우게 됩니다.

결국 이재홍 교수는 돌고 돌다 다시 모교에서 문예창작과 교수로 스토리텔링을 가르치게 됩니다. 그는 "스토리 산업에 눈을 뜨기 시작했는데 게임 회사들을 보면 제대로 된 스토리 작가를 못 갖추고 있다. 실제로 게임을 모르는 상태에서 판타지만 알고 들어간다"며 "스토리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해줘야 할 사람들은 문예창작과나 국문과 이기 때문에 문예창작과에서 게임을 알려주고 있다"며 문예창작과 교수로 게임을 제자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습니다.

◆ 게임에서 중요한 건 '스토리'…'와우'가 입증

이재홍 교수가 출판한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 그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이재홍 교수가 출판한 시나리오와 스토리텔링에 관한 책. 그의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다.

수년간 게임 스토리텔링의 길을 걸은 이재홍 교수는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 발전을 위해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2000년이 시작되면서 게임 업계분들에게 제발 시나리오를 장악하라고 노래를 불렀다"라며 "우리나라 게임이 세계적으로 발돋움하지 못하는 이유가 스토리(서사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이하 와우)'를 콕 집어 설명했습니다. "'와우'는 상징적인 게임이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게임이다. '와우'에는 스토리가 있어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며 "반면 단순히 몬스터를 사냥하고 아이템을 획득하는 한국형 MMORPG는 스토리가 없다"며 아쉬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게임업계에서는 이용자들이 서사성을 즐기지 않는데 왜 만들어야 하냐"고 되물었지만 이재홍 교수는 "국내 게임사들이 우리나라 이용자만 생각하고 게임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질책했습니다. 이어 그는 "세계 유명 게임을 봤을 때 서사성과 역동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 게임들이 세계인들의 관심을 얻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도 세계적인 IP를 만들 수 있는 서사성을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이 교수는 '애니팡'과 '앵그리버드'를 예로 들며 스토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습니다. "두 게임의 차이는 사소한 스토리텔링이다. '애니팡'은 왜 이용자들이 3마리를 모아야 하는 지 모른다. 단지 점수를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라며 "반면 '앵그리버드'는 돼지들이 알을 훔쳐가 응징해야 한다는 스토리가 있다. 우스갯소리로 '애니팡'은 동물학대 게임이고, '앵그리버드'는 정당방위 적인 게임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재홍 교수는 게임 산업에서도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4차 산업시대에 접어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IP전쟁이다. IP를 갖추기 위해 가장 기본은 스토리에서 시작한다"며 "4차산업시대에는 콘텐츠가 정말 중요한데 핵심이 융합이기 때문이다"라고 스토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 이교수가 생각하는 게임 중독, ICD-11, 셧다운제

[창간 10주년 인터뷰] 이재홍 교수 "게임에서 중요한 건 스토리, '와우'가 입증"

남들에게 게임 폐인이라는 눈초리까지 받았던 이재홍 교수. 그 누구보다 게임을 열심히 해봤기 때문일까요? 게임에 빠지는 상황을 게임 탓으로만 전가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습니다. "공교육이 무너져 있는 지금, 아이들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사회는 사회대로 젊은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아이들을 다잡을 수 있는 곳은 가정밖에 없다. 가정에서 부모가 부모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면서 게임이 원흉이라고 몰아가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라며 가정의 역할이 게임 중독의 해결책임을 제시했습니다.

최근 큰 이슈가 된 WHO에서 ICD-11에 게임 장애를 포함시키려는 상황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재홍 교수는 "의사집단들의 개인적인 욕심들이 이 판을 벌이고 게임을 몰고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의사들이 입김이 WHO에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여성가족부에서 게임으로 많은 학생들이 잘못된 것처럼 '셧다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부모들이 자신의 역할만 잘 한다면 필요 없다고 본다"며 "복지차원에서 해결해야할 일인데 잘못을 전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데일리게임에게 충고와 격려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지금 게임 전문지들이 힘들어 하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글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데일리게임의 10주년, 그동안 많은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그동안 게임산업에 큰 공헌을 해왔다. 앞으로 더욱 매진해 게임의 정론지로 갈 수 있기를 기원하고 10주년 축하한다. 10년 뒤 다시 한 번 큰 축하를 할 수 있는 그날을 기원한다"

오경택 기자 (ogt8211@dailygame.co.kr)

오경택 기자

ogt8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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