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칼럼] 게임 역사를 빛낸 레벨디자인 11선

2021-12-01 18:23
개발자이자 게임작가인 동시에 열혈 게이머인 필자 '소금불'의 개발자 칼럼 코너입니다. '소금불' 필자가 현업 경험을 살려 다양한 시각으로 게임과 관련된 주제를 풀어 독자 여러분께 알기 쉽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주 >

[글 '소금불' 김진수] 게임 제작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레벨디자인이다. 레벨디자인이 정교하게 잘 이뤄진 게임은 이용자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레벨디자인이 훌륭하기로 정평이 난 11편의 게임을 지금부터 살펴보자.

◆NO.11 레프트4 데드(2008)

'레포데' 시리즈의 진행방식은 PvE 멀티 게임의 교본이 됐다. 이 시리즈의 레벨디자인은 크게 일자 진행의 맵과 거점방어, 두 가지로 나뉜다. 길 곳곳에 적이 발생하는 스폰(Spawn) 포인트를 둬 좀비떼의 시련을 겪게 하고, 마지막엔 구명 신호탄을 쏘아 올린 후 버티다가 가까스로 탈출하는 장면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2탄의 '다크 카니발' 맵의 콘서트 장에서 쩌렁쩌렁 울리는 록음악과 굶주린 좀비 떼가 빚어낸 피의 난장판은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스테이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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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틀락 스튜디오.


◆NO.10 라스트오브어스 시리즈(2013)

플레이스테이션의 킬러 타이틀을 책임지는 시리즈로서 영화와 게임의 가장 절묘한 교차점을 제시한 작품이다. 멋진 스토리텔링과 잘 어우러진 레벨디자인 등 훌륭한 완성도를 인정받고 드라마화될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얻었다. 필자가 주목한 점은 미려한 풍경묘사에 그치지 않은 점이다. 추억이 깃든 사물 하나 하나가 캐릭터와 호흡을 하며 공명한다. 캐릭터 간에 평범한 대사들로 차곡히 유대감을 쌓다가 마지막에 폭발하는 감정선은 이 시리즈에서 최고로 위대한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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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게이머들을 '라오어' 팬으로 만들었던 명장면(너티독).
◆NO.9 메달오브아너 얼라이드 어설트(2002)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이 꼭 언급되는 게임이다. 멀미하는 병사의 토악질, 포화에 산산조각나는 동료의 몸뚱아리, 무자비한 기관총 세례를 뚫고 고지에 깃발을 꽂는 장면까지. 이 모든 참혹한 전쟁상들이 하나의 정교한 레벨디자인에 담겨있다. '오마하 해변 전투' 미션은 대리체험이란 점에서 왜 게임이 영화를 능가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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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Inc& EA 로스앤젤레스.


◆NO.8 하프라이프 1&2(1998)

발매 당시 심도 있는 스토리텔링과 정교한 물리엔진을 기반으로 한 게임 플레이로 센세이션한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스테이지 사이가 까만 로딩화면으로 단절되는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나, 유기적인 스테이지(레벨) 구성을 선보인 덕분에 이용자는 다른 차원의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빠루로 느슨한 벽을 부수고 시소 형태의 널빤지 한 쪽에 돌을 놓아 임시다리를 만드는 등 창의적인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한 레벨디자인도 혁신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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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루의 임팩트는 아직까지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밸브).


◆NO.7 카운터 스트라이크, 더스트II (2000)

FPS PvP의 바이블과도 같은 게임 '카운터 스트라이크'에서 '더스트2' 맵은 작품의 제목과 맞바꿀 정도로 그 의미가 특별하다. 밭 전(田)자 형태를 띤 이 맵은 단순하면서도 곱씹을 만한 전술이 잔뜩 깃들어 있다. 신기하게도 입문자와 프로, 양단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아직까지 황금 밸런스를 유지하며 불멸의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레벨디자이너 전공자에게 필수 습작코스가 되기도 하고 여러모로 대단한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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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트2' 미니맵(Froosh).


◆NO.6 메탈기어 솔리드(1998)

일당백이 특기인 람보형 주인공이 등장하는 액션게임이 난립하던 시절, 이러한 제작 기조의 안티테제로 등장한 '메탈기어 솔리드'는 감독인 코지마 히데오의 집념의 결정체였다. 온갖 기지를 발휘해 적의 경계를 뚫고 알래스카 절경 끝자락에서 맛보는 담배 한 까치의 여유는 얼마나 이 게임이 우아한 레벨디자인을 갖췄는지 잘 나타내 준다. 코지마 감독의 지휘 아래 잠입액션, 스토리, 연출, 레벨디자인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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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블록으로 레벨디자인하는 코지마 감독(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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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에서 벌이는 첩보액션 걸작 '메탈기어 솔리드'(코나미).
◆NO.5 슈퍼마리오64(1996)

3D 액션 어드벤처의 초석을 다진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여러 환경요소가 충실히 반영된 3D 놀이동산은 다채로운 재미를 자아낸다. 하늘요새, 얼음동산, 수중도시 등 꼼꼼한 완성도의 스테이지들이 100mb 용량도 안되는 게임 카트리지에 꽉꽉 담겨있는 것은,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놀라운 수준이다. 단순히 보물(별) 찾기가 목적이지만 범상치 않은 재미를 주는 것은 레벨디자이너의 기발한 상상력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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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 점프만 해도 재밌는 게임(닌텐도).


◆NO.4 완다와 거상(2005)

애인을 살리기 위해 주인공 혼자서 16기의 거상과 전투를 벌이는 액션 어드밴쳐다. 검이 뿜는 한줄기 빛에 의지해 산천초목을 가로 지르고, 비밀의 보스 안식처를 찾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보스를 발견했을 때 본격적인 게임의 시작이 되는데, 놀라운 것은 보스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레벨디자인이란 점이다. 몸 전체는 주인공이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는데 거상 디자인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서커스 곡예를 방불케 하는 점프를 활용해 거상 정수리에 도착한 후, 마지막 일격을 날렸을 때 혼절한 듯 천천히 쓰러지는 거상의 모습은 최고 하이라이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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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출신 디렉터, 후미타의 미적 센스가 돋보인 작품 (SIE 재팬 스튜디오).


◆NO.3 디스아너드(2012)

시선이 닿는 근거리 장소에 순식간에 몸을 옮길 수 있는 특기, 점멸 이동(Blink)은 뚜벅이 주인공에게 3D 공간을 누비는 특별한 자유를 부여했다. 그래서 모든 고층건물의 공간이 의미가 있기에 구석구석 맵 전체를 음미할 가치가 있다. 보스 또한 평등한 사람이기 때문에 졸개들을 건너뛰고 대장의 목만 그어버리고 유유히 빠져나오는 여유도 즐길 수 있다. 스팀펑크 세계 속에서 음험한 모리배들 목에 비정한 단검을 꽂는 암살자의 활극을 그린 이 게임은 발매 당시 갖가지 수상기록을 갈아치우며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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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멸이동 장면(아케인 스튜디오).


◆NO.2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2017)

수많은 게이머와 비평가가 최고로 꼽는 이 게임은 레벨디자이너에게도 존경심을 일으킬 만한 완성도를 지녔다. 유비소프트표 오픈월드의 타워, '완다의 거상'의 보스 디자인, '다크소울'의 플레이 등 기존의 게임 메카닉의 장점을 추리고 거기에 '젤다'의 색깔을 멋지게 입혔다.

오픈월드 게임의 고질적인 단점인 반복적 게임구성을 탈피한, 짜임새 있는 월드 디자인은 여러 개발자의 귀감이 됐다. 개발진이 생생한 거리감을 재현하기 위해 감독의 고향인 일본 교토를 참고한 점도 완성도의 비결 중에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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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를 정복한 후 패러슈트로 활강하는 재미는 각별하다(닌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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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상 신수를 통째로 조작하여 퍼즐을 푸는 참신한 게임플레이(닌텐도).


◆NO.1 다크소울(2011)

소울라이크 장르 최고봉으로 꼽히는 '다크소울' 1편의 최대 장점은 바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레벨디자인이다. 시뻘건 악마가 떼를 지어 춤을 추는 불지옥, 불청객의 목을 단칼에 베는 황금기사의 성, 괴이한 크리쳐들로 들끓는 병자의 마을 등 유기적인 스테이지 구성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진짜 세계에 살아있다는 느낌을 준다.

온갖 흉악한 적들을 쓰러뜨리고 생경한 풍경을 마주쳤을 때의 성취감은 '다크소울'의 존재 이유 중에 하나다. 게임의 목적이 단순히 전투와 아이템 파밍만이 아니라는 점은 이 작품의 특별한 레벨디자인이 주는 교훈과도 같다. 모든 소울라이크 팬들에게 추앙받는 '다크소울' 1편은 최고 레벨디자인으로 평가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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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소중에 하나인 아노르 론도 성, 석양에 젖은 채 찬란한 위용을 뽐내는 풍경이 예술(프롬 소프트웨어)


정리=이원희 기자(cleanrap@dailygam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