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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불의 게임줌인] 거장 미카미 신지의 꺼지지 않는 열정

이원희 기자

2022-04-05 16:20

개발자이자 게임작가인 동시에 열혈 게이머인 김진수 필자가 2022년을 맞아 새롭게 준비한 '소금불의 게임줌인' 코너입니다. '개발자 칼럼' 코너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만났던 '소금불' 필자가 개발자 타이틀을 내려놓고 게이머 입장에서 더욱 재미있는 게임 이야기를 전달하려 합니다. < 편집자주 >

사진 출처=플레이스테이션 유튜브.
사진 출처=플레이스테이션 유튜브.


'바이오하자드', '이블위딘' 등 많은 명작들의 감독, 미카미 신지의 최신작이 출시됐다. '고스트 와이어' 발매를 기념해 '호러 어드벤처의 거장' 미카미 감독의 일대기를 재조명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초특급 호러게임의 등장

'바이오하자드의 아버지', '서바이벌 호러의 거장', '세계 최고의 게임제작자(미국 IGN, 8위)'까지. 미카미 신지에 관한 여러 수식어가 있다. 그 중에서 필자가 가장 주목한 업적은 바로 '좀비 신드롬'이다. 20세기 말까지만해도 좀비는 그저 서브컬쳐의 부산물쯤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는 콘텐츠 시장에서 당당한 주역으로 대접받게 됐다. 그 공로에는 조지 로메로의 영화 '새벽의 저주'와 더불어 바로 미카미 신지의 '바이오하자드가 있다.

사실 '바이오하자드' 첫 작품은 발매 전까지만 해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호러 장르의 빈약한 흥행성, 어색한 카메라 시점과 조작감, 그리고 신인 감독인 미카미에 대한 회사(캡콤)의 불확신 등 '바하'가 세상의 빛을 보기엔 여러 난관이 있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조용히 발매된 후 돌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실사 오프닝 채용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바이오하자드1', 캡콤(1996년)).
당시 실사 오프닝 채용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바이오하자드1', 캡콤(1996년)).
좀비와의 첫 조우 장면을 추억으로 간직한 팬들도 많다('바이오해저드1', 캡콤).
좀비와의 첫 조우 장면을 추억으로 간직한 팬들도 많다('바이오해저드1', 캡콤).
시리즈 1편과 2편의 판매량 합계가 1000만 장을 넘기면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는 플레이스테이션(PS) 진영을 책임지는 대표 킬러 타이틀이 됐다. 게다가 '레지던트 이블'이라는 제목의 영화도 큰 성공을 거두며 영화계의 블루칩으로도 떠올랐다.

또한 미카미 신지의 차기작인 '디노 크라이시스'도 흥행에 성공하면서 캡콤을 대표하는 명감독으로서 인정받았다. 그야말로 미카미 경력의 황금기였다.

'공룡하자드'라 불렸지만 화끈한 재미를 보장한 작품('디노크라이시스2', 캡콤(2000년)).
'공룡하자드'라 불렸지만 화끈한 재미를 보장한 작품('디노크라이시스2', 캡콤(2000년)).
◆전환점

이후 발매된 '바이오하자드3'와 '코드 베로니카'는 흥행과는 별개로 매너리즘에 빠진 후속작이란 비평이 많았다. 그러나 '문로딩' 삭제, TPS(Third Person Shooting 3인칭 슈팅) 채용 등 환골탈태한 4편은 대다수의 평론가들에게 극찬을 받았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흥행에도 성공(약 500만 장 판매)했다. 결국 액션 어드밴쳐의 마스터피스란 칭호까지 얻으며, 미카미는 호러 어드밴쳐의 거장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발매 15년이 지난 후 최신 플랫폼에 이식될 정도로 불멸의 인기를 증명했다('바이오해저드4 VR', 캡콤(2022년)).
발매 15년이 지난 후 최신 플랫폼에 이식될 정도로 불멸의 인기를 증명했다('바이오해저드4 VR', 캡콤(2022년)).


아이러니하게도 이 걸작은 미카미 신지 감독과 캡콤과의 작별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캡콤 경영진은 멀티 플랫폼 이식을 바랐지만 작품의 다운그레이드를 꺼려한 미카미 감독의 완벽주의는 이를 용납할 수 없었다. 닌텐도 콘솔(게임큐브)의 독점 서비스를 어기면 할복하겠다는 미카미의 폭탄발언까지 터지면서 캡콤 경영진과 큰 마찰로 이어졌다. 결국 타기종(PS2) 이식이 결정됐고, 미카미는 퇴사해 홀로 스튜디오를 꾸렸다.

수많은 팬들은 더 이상 미카미표 '바이오하자드'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많은 아쉬움을 표했다. 팬들의 우려대로 이후 시리즈의 평가는 비교적 낮았고, 미카미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는 반증이 됐다. 아무튼 '바이오하자드4'는 여러 의미로 그의 커리어에 엄청난 전환점이 됐다. 여담으로 미카미는 그 ‘할복’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후에 특별한 '의식'을 치르기도 했다.

할복한 미카미의 머리를 쳐서 홈런을 날리는 엽기적인 미니게임(탱고게임웍스).
할복한 미카미의 머리를 쳐서 홈런을 날리는 엽기적인 미니게임(탱고게임웍스).


◆영향력

미카미의 숨은 공로를 하나 꼽자면 후진양성이다. 자식 같은 작품의 지휘권을 후배들에게 넘겨주며 시리즈에 고착된 매너리즘을 타파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도모했다. 게임계의 맏형으로서 넓은 아량을 베풀어 신인 감독들에게 기회를 열어준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은 다른 개발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며 또 다른 걸작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베요네타 시리즈로 유명한 카미야 히데키(좌,'지스타TV' 유튜브)는 '바이오하자드2'를 지휘했고, '이블위딘' 1편 DLC를 담당한 존 조하나스(우, CNET 유튜브)는 '이블위딘' 후속작의 감독을 맡았다.<br />
베요네타 시리즈로 유명한 카미야 히데키(좌,'지스타TV' 유튜브)는 '바이오하자드2'를 지휘했고, '이블위딘' 1편 DLC를 담당한 존 조하나스(우, CNET 유튜브)는 '이블위딘' 후속작의 감독을 맡았다.


SF 호러 걸작 '데드스페이스'의 탄생에는 미카미를 향한 오마쥬가 서려 있다('데드스페이스', EA(2008년)).
SF 호러 걸작 '데드스페이스'의 탄생에는 미카미를 향한 오마쥬가 서려 있다('데드스페이스', EA(2008년)).


◆제2의 인생

미카미 신지 감독은 캡콤 퇴사 이후 그는 독자적으로 스튜디오를 꾸리면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 못 다한 크리에이터로서의 욕구를 맘껏 표출했다. '갓핸드', '쉐도우오브뎀드', '뱅퀴시' 등 많은 작품들은 그의 명성에 걸맞는 흥행 실적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실험정신과 완성도가 돋보이는 수작으로 많은 팬들의 갈증을 달래줬다.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액션게임 '갓핸드'(클로버 스튜디오(2006년)).
B급 감성이 물씬 풍기는 액션게임 '갓핸드'(클로버 스튜디오(2006년)).


TPS 액션게임 '뱅퀴시'. 저조한 흥행을 기록했지만 슈츠히어로 팬인 필자가 가장 아끼는 작품(플래티넘 게임즈(2010년)).
TPS 액션게임 '뱅퀴시'. 저조한 흥행을 기록했지만 슈츠히어로 팬인 필자가 가장 아끼는 작품(플래티넘 게임즈(2010년)).
2012년, 미카미는 '츠바이'라는 프로젝트명을 공개하면서 신작 개발 소식을 전했다. 그것은 서바이벌호러 거장의 화려한 귀환을 알리는 신호였다. 2년 후, 세상에 등장한 '이블위딘'은 '뇌트릭스'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이형의 크리쳐와 사투를 벌이는 호러 어드벤처였다. 팬들은 박수를 치며 '바이오하자드4'의 진정한 후속작이라는 찬사를 보냈고, 게임업계도 그의 정통 호러 어드벤처 복귀에 술렁였다. 최적화 이슈가 있었지만, 좋은 게임성과 레벨디자인 등 기대에 부응하는 완성도를 보여줌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블위딘' 1편에서 강렬한 인상을 줬던 사각두(탱고 게임웍스(2014년)).
'이블위딘' 1편에서 강렬한 인상을 줬던 사각두(탱고 게임웍스(2014년)).


◆꺼지지 않는 열정

아쉽게도 더 이상 미카미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는 여전히 액션 어드벤처 장인으로서 창작욕구를 불태우고 있다. 20여년 동안 촘촘하게 쌓아 올린 그만의 개발철학이란 토대 위에서, 다양한 테마를 변주하면서 끊임없는 실험을 거듭했다.

그의 최신작 '고스트 와이어' 또한 미카미표 액션 어드벤처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다. 도쿄를 무대로 퇴마를 주제로 한 이 작품은 또 다른 흥분과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제 50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크리에이터로서 끊임없는 도전하는 그의 열정에 박수와 응원을 보내면서 이 글을 마치겠다.

'영환도사 바이오하자드4'란 팬들의 애칭이 붙은 '고스트 와이어'(탱고 게임웍스, 2022년)).
'영환도사 바이오하자드4'란 팬들의 애칭이 붙은 '고스트 와이어'(탱고 게임웍스, 2022년)).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이원희 기자

cleanrap@dailyga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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