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고-황금의 어스듐 45화

2019-07-15 14:49
아르고-황금의 어스듐 45화
[데일리게임]

지금 생각하면 테이슨은 황금빛 광선에 닿으면 다치리란 걸 알고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때는 갑작스런 상황과 지독한 고통 때문에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그는 티노가 다친 걸 보고도 놀라지 않았었다. 오히려 다친 티노를 걱정하는 척 저급의 약을 꺼내며 자연스럽게 접근하려 들었지.

거기다 독단으로 행동하면서 친위대를 걸고넘어진 것이나, 눈앞에서 시문을 죽이려 든 것이나, 노골적으로 황금의 어스듐을 뺏어 가려 한 것을 보면 애초에 티노를 죽일 작정이었던 게 분명하다. 사탕발림으로 대충 얼버무리기엔 너무 판을 크게 벌렸으니까. 그러면서 티노가 눈치 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죽여야만 한다는 식으로 지껄였다는 게 새삼 기가 막히다.

이용당했다는 것은 별로 기분 나쁘지 않다. 이용가치가 있었기에 테이슨이 호의를 베푼 것이고, 그 호의는 티노의 수도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이용당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확실히 반성해야겠지만 말이다. 기분 나쁜 건 티노의 팔이 절단될지도 모르는 일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기분 나쁜 건 티노를 죽이려 한 것이고. 그런 인간한테 절대 ‘경’을 붙이고 싶지 않다.

이유는 다르지만 존칭을 붙이고 싶지 않은 건 마찬가지인 라디는 더욱 강도 높여 투덜댔다.

“금방 잡힐 거야! 그놈한테 걸린 현상금이 얼만데!”

“얼만데?”

“잡기만 하면 삼 대는 놀고먹고도 남을 액수야. 나라에서, 친위대에서, 시문 님의 집안에서 각기 따로 현상금을 내걸었어. 거기다가…….”

신나서 떠들던 라디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

“이건 수사관들한테 음료수 갖다 주면서 엿들은 건데 그 외에도 많은 귀족들이 비공식적인 루트로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걸었다는 거야. 그중에는 자기 가문 사람과 결혼시켜 주겠다는 사람도 있대.”

“헤에…….”

티노는 겉으로는 놀란 척 호응하면서 속으로는 차게 웃었다. 황금의 어스듐에 대해 알고 있던, 또는 투자하고 있던 나으리들이시겠군.

음험한 세상 이치를 모르는 라디는 속편하게 황홀해했다.

“역시 시문 님은 대단한 분이야, 그치?”

“……응?”

그야말로 생뚱맞게 튄 대화에 티노는 왼손으로 스프를 퍼 먹다 말고 라디를 보았다. 제정신으로 한 소리가 맞았는지 라디는 당당하게 설명했다.

“친위대원이 강도질을 했으니 나라나 친위대에서 현상금을 건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귀족들까지 현상금을 걸었다잖아?”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건지 티노는 진심으로 의아했다. 그에 대한 라디의 답은 그야말로 걸작이었다.

“다들 시문 님의 팬인 거야. 그러니까 그놈을 용서할 수 없는 거지!”

“…….”

세상 사람이 다 너 같은 줄 아냐? ……라고 목구멍까지 튀어 나온 말을 간신히 삼켰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해도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하…하하……. 그러게.”

“흥! 그놈은 사람을 잘못 건드린 거야. 감히 하늘이 내려준 천재를 해코지하다니!”

“하…하…….”

뭐라 반응을 해 줘야 할지 막막한 티노는 그냥 다 포기하고 식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런 티노 대신 라디의 말에 호응해 주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다.

“칭찬 감사합니다.”

“꺅!”

라디는 화들짝 놀라며 의자에서 펄쩍 일어났다. 그 정도는 아니지만 티노 역시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식당 문이 열리는 소리를 못 들었는데 대체 언제 왔는지 시문이 라디 뒤에 서 있었다. 셔츠의 단추 몇 개만 채워서 ‘붕대가 감겨진 가슴팍’을 고의로 드러낸 채로.

“시, 시문 님!”

라디는 얼굴이 시뻘개져서는 말을 더듬었다.

“어, 언제 오셨어요? 어제 시문 님 집안 분들이 모시고 간 건 봤는데…….”

아, 그래서 시문의 아침식사는 생략한 거구나. 그러고 보니 시문의 작업실이 불탔다는 것은 곧 그의 거처가 없어졌다는 것인데, 새벽에 더 자라며 태연히 나가 버려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 막 왔습니다. 이곳이 편해서요.”

시문은 라디의 옆의 의자를 빼서 앉았다.

“혹시 음식 남은 거 없습니까?”

“아침 못 드신 거예요?!”

라디는 하늘이 무너졌다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기함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금방 가져올게요!”

“감사합니다.”

단숨에 부엌으로 달려 들어간 라디가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걸 흘낏 보며 티노가 낮게 물었다.

“어디서 주무신 거예요?”

“숙소에 널려 있는 게 빈방인 걸요.”

“집안 분들도 아세요?”

“설마요. 지금쯤 제가 없는 걸 알고 정신없이 찾고 있을 겁니다.”

그러면서 시문은 싱긋 웃었다. 악의 없는 미소였고 이어서 말하는 음성도 차갑지 않았음에도 묘하게 오싹했다.

“티노 군을 이곳에 남겨 놓고 온 멍청이들이니 제가 여기에 와 있다는 것도 짐작하지 못하고 있을 겁니다. 원래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하는 법이죠.”

하긴 시문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면 그때 같이 있었던 티노도 데려갔어야 했다. 그래야 입을 맞출 것 아닌가? 집에서 홀로 의식을 차린 시문이 기막혀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수사관들이 아무 단서도 못 찾았다고 하던데요. 비밀통로는 발견하지 못한 걸까요?”

“그럴 리가요. 원래 이 바닥이 알고도 몰라야 오래 살고, 보고도 못 봐야 곱게 살고, 듣고도 못 들어야 풍족하게 사는 곳입니다.”

이런 더러운 세상 같으니! ……라고 격분할 정의감이나 오지랖이 없는 티노는 오히려 안심하고 식사를 계속했다.

식사를 마친 뒤 라디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티노는 식탁을 닦았다. 그럴 필요 없다고 했지만 손이 많이 가는 환자식으로 준비되어 있던 아침식사를 보니 가만히 있기 미안해져서 고집을 부렸다. 신출귀몰한 시문은 벌써 사라지고 없었다.

설거지를 다 한 라디에게 식탁을 닦은 행주를 건넸다. 그것을 빨아서 꾹 짜 너는 것으로 뒷정리가 모두 끝났다. 그리고 둘은 함께 식당을 나와서 걸었다. 라디는 세척실에 가지만 티노는 숙소로 돌아가 쉬기로 했다. 어차피 세척실에서 다친 팔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선배들이 보면 막 질문하고 그럴 텐데, 소란한 게 싫으면 점심은 방에 갖다 줄게.”

“오늘 아니라도 어차피 겪어야 할 일인걸. 괜찮아.”

“정말 괜찮겠어?”

“물론이지.”

티노는 피식 웃었다. 자신을 죽이려 달려드는 친위대원을 비무장 상태로 상대해 보기도 했는데, 가진 무기라곤 큰 목소리밖에 없는 직원들이 뭐가 대수겠는가?

세척실과 숙소로 방향이 갈리는 갈림길에 도착하자 라디는 갑자기 멈춰 서서 좌우를 살펴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었다. 웨이는 또 느지막이 나타날 게 뻔했다.

“이거…….”

라디는 주머니에서 천 뭉치를 꺼내서 내밀었다. 거기엔 검게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볼까 봐 내가 챙겨 뒀어.”

“고마워!”

티노는 진심으로 감사하며 넘겨받았다. 그것은 티노의 은인이 떨어뜨리고 간 브로치를 싸맨 천이었다. 없어졌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테이슨이 자신의 은인이 아닌가 생각했던 때도 있었는데…….

새삼스러운 기분에 천을 풀어서 브로치를 꺼내 보았다. 자신의 피로 얼룩진 천은 다시 쓰고 싶지 않아서 그냥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티노.”

“응?”

라디가 어째서인지 쑥스러워하는 듯한 목소리로 티노를 불렀다.

“고마워.”

“뭐가?”

티노는 브로치를 쥔 손을 내리고 라디를 돌아보았다. 라디는 촉촉해진 눈으로 웃었다.

“시문 님을 구해 줘서.”

“……천만에.”

진짜 구해진 건 나다, 라는 진실은 어쩔 수 없이 묻어 두기로 했다.

뼛속까지 시문의 광팬인 라디를 배웅한 뒤 숙소로 향했다. 코너를 꺾자 벽에 기대어 있는 남자가 보였다. 시문이었다.

“여기서 뭐 하세요?”

“글쎄요.”

시문의 시선이 문득 아래로 향했다. 그 시선을 따라가 본 티노는 아차 하며 왼손을 움켜쥐었다. 그 손엔 라디에게 막 건네받은 브로치가 들려 있었다. 시문은 의아해하는 기색 없이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숙소 쪽 방향이라 자연히 같이 걷게 되었다.

공방 건물을 나오자 제법 널찍한 마당과 숙소 건물이 보였다. 마당의 좌측에는 작은 텃밭이, 우측에는 빨랫대가 있었다. 수확을 끝낸 텃밭은 시든 잎사귀만 버려져 있었고, 빨랫줄엔 이불과 수건 몇 장이 널어져 있었다. 빨랫대 너머에는 벤치가 있었는데 워낙 구석진 곳이라 사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시문은 문득 멈춰 서서 마당을 한 번 훑어보았다. 딱히 동행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얼떨결에 티노도 서 버렸다.

“잠깐 햇빛 좀 쐴까요?”

그리곤 대답도 듣지 않고 대뜸 저편의 벤치로 향했다. 내내 누워 있었던 탓에 몸이 찌뿌듯했던 티노는 흔쾌히 따라갔다. 먼저 벤치에 앉은 시문은 등받이에 몸을 길게 기대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얇은 셔츠 하나만 걸치고 춥지도 않은지 햇볕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티노도 그 옆에 앉아서 햇볕을 쐬었다. 바람은 쌀쌀했지만 햇볕은 따뜻했다. 실컷 잔 덕에 졸리지는 않았지만 어쩐지 몸이 늘어졌다.

마냥 게으른 기분이 드는 조용한 시간이 흘렀다. 이러다 잠드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슬슬 들어가 볼까 생각한 순간, 실로 절묘하게도 시문이 입을 열었다.

“귀족은 말이죠, 유력한 가문이 아니면 같은 귀족이라 해도 가문의 이름까진 잘 모릅니다.”

“……?”

그야말로 뜬금없는 소리라 티노는 시문을 의아하게 돌아보았다. 그가 눈을 감고 있었다면 잠꼬대를 하는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시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생기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마치 웃음을 참고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대단한 공을 세웠다 해도 귀족의 이름만 알려질 뿐 권력과 재력이 없으면 가문의 이름 따위 입 밖에 내어 봐야 웃음거리만 되죠.”

“그런데요?”

티노는 예의상 추임새를 넣어 주었다.

“케이는 일반 시민 출신에다 수도 출생도 아니죠.”

“아, 예. 그렇다고 들었어요.”

왜 또 이야기가 거기로 튀는 건지……. 티노는 생각하길 포기하고 얌전히 호응해 주었다. 시문은 이제는 아예 노골적으로 웃는 얼굴이 되어서 말을 이었다.

“티노 군도 당해 봐서 알겠지만 귀족들은 그런 사람에게 꼴사납게 굴곤 하죠. 부끄러운 줄 모르고.”

“그랬죠.”

티노는 이제는 얼굴도 가물가물한 사관학생 지망생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떡였다.

“그런 꼴을 몇 번이나 면전에서 구경한 케이는 한 가지 결심을 했어요. 날 무시하는 모든 사람에게 내 가문을 알리겠다고. 그 어떤 가문보다도 뚜렷하게, 학고하게 인식시켜 주고야 말겠다고.”

“뭐, 나름 건실한 결심이네요.”

티노는 이름을 떨치는 것에는 흥미가 없었지만 일반 시민으로서 친위대장이 될 뻔한 실력자에게 그런 야망 하나쯤은 있는 게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대단히 건전하고 정당한 복수가 아닌가?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티노의 속내를 훤히 읽은 시문은 쿡쿡, 웃음을 흘렸다.

“그 후 녀석은 자신의 이름 대신 가문의 이름을 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 녀석에게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 거의 없었기에 녀석의 이름을 아는 사람 역시 별로 없었죠. 그래서 귀족들은 녀석의 꿍꿍이를 뻔히 알면서도 녀석의 가문을 기록하고, 알리고, 입에 담을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녀석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문을 그 어떤 가문보다 뚜렷하게, 확고하게 인식시켜 주었어요.”

“…….”

티노는 어이가 없다는 얼굴로 시문을 보았다. 테이슨의 말을 들으면서 만들어진 ‘선배님’의 환상의 귀퉁이가 조금 떨어져 나간 느낌이다. 하지만 그만큼 유쾌했다.

풋, 웃음을 터뜨린 티노를 보며 시문은 웃음이 밴 얼굴로 말했다.

“티노 군이 가지고 있는 엠블럼은 녀석의 것입니다.”

“……예?!”

티노는 웃는 얼굴 그대로 굳었다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물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보면 알지요. 구멍이 뚫려 있지요? 뒷면에 문구가 적혀 있지요?”

“그건 그렇지만…….”

시문은 도로 앉으라고 손을 까딱여 보였다. 티노는 왠지 맥이 빠져서 그 옆에 털썩 앉았다. 그러다 뭔가를 떠올리고 고개를 쳐들었다. 티노가 이 물건을 주운 것은 7년 전 엑서디움 전쟁이 끝난 직후였다. 그렇다면 시문의 말대로 케이라는 사람은 살아 있는 것이다! 어째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지, 어째서 스플래쉬 아일에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살아 있는 것이다!

“시문 님! 제가 이걸 주운 건……!”

“7년 전이죠. 엑서디움 전쟁이 끝난 직후.”

“……예. 그걸 어떻게 아세요?”

시문은 피식 웃으며 의자에 한층 깊이 등을 기대었다. 그리고 몹시 기대된다는 눈으로 티노를 빤히 바라보았다.

“녀석의 이름은 크로이입니다. 크로이 케이.”

“……?!”

신승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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